디지털 금융의 현재와 미래

BIS 신현송 조사국장의 관점에서 본 디지털 화폐 시대의 통화 질서와 신뢰 설계

디지털 화폐의 제도적 설계

디지털 화폐 시대의 통화 질서와 신뢰의 제도적 설계: BIS 신현송 국장 인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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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금융 혁신은 더 빠르고 강력한 '새로운 자동차(기술)'가 도로에 쏟아져 나오는 것과 같습니다. 규제와 감독은 단순히 속도 위반을 잡는 것을 넘어, 모든 차량이 서로 충돌하지 않고 달릴 수 있는 '신호등 체계(화폐의 단일성)'와 도로가 무너지지 않도록 지탱하는 '기반 시설(중앙은행의 신뢰)'을 재설계하는 작업입니다."

- BIS 신현송 조사국장의 관점 해석

본 인사이트 브리핑은 국제결제은행(BIS) 신현송 조사국장의 관점을 중심으로 디지털 금융 규제 및 감독의 방향성을 분석합니다. 디지털 금융 규제는 단순히 새로운 기술에 대한 법적 제약을 만드는 것을 넘어, '화폐의 단일성(Singleness of Money)'을 유지하고 금융 시스템의 본질인 '신뢰(Trust)'를 지키기 위한 필수적인 제도적 기반입니다.

통화 질서의 핵심: '화폐의 단일성'

디지털 화폐 시대에도 변하지 않는 경제적 원칙은 '화폐의 단일성'입니다. 이는 민간의 화폐(예금 등)가 언제든지 공공 화폐(현금, 중앙은행 지준)와 액면가 그대로(1:1) 교환될 수 있어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스테이블코인의 한계와 규제:

  • 스테이블코인은 디지털 무기명 상품(Bearer Instrument)으로, 발행자의 신용도나 담보 가치에 따라 액면가와 괴리될 위험이 있어 화폐의 단일성을 위협
  • 17세기 암스테르담 은행 사례: 재정적 뒷받침 없는 민간 화폐가 신뢰를 잃고 붕괴하는 역사적 교훈
  • 중앙은행 자금으로 정산되어 단일성이 보장되는 '토큰화된 예금(Tokenised Deposits)'이 더 우월한 모델

공공 인프라로서의 CBDC:

민간 빅테크 기업이 구축하는 폐쇄적인 '담장 안의 정원(Walled Gardens)'에 대항하여, 상호운용성을 보장하는 공공재로서의 CBDC나 빠른 결제 시스템(FPS)을 구축해야 합니다. 이는 독점을 방지하고 통화 시스템의 신뢰를 유지하는 적극적인 형태의 규제이자 인프라 정책입니다.

새로운 규제 패러다임

기존의 규제 방식이 통하지 않는 탈중앙화 및 빅테크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감독 방식의 근본적인 전환이 필요합니다.

내재된 감독 (Embedded Supervision):

  • 중개인이 없는 암호자산 시장(DeFi 등)에서는 블록체인 원장의 데이터를 직접 활용해 자금세탁방지(AML) 규제 수행
  • 거래 내역을 추적해 'AML 준수 점수'를 매기고, 법정화폐로 환전되는 지점(Off-ramps)에서 규제
  • 규제를 기술 시스템 자체에 내재화하는 접근

기관 기반 (Entity-based) 규제:

  • 빅테크 기업은 '데이터-네트워크-활동(DNA)'의 상호작용을 통해 금융 시장 장악
  • 특정 금융 행위만 규제하는 기존의 '활동 기반' 규제로는 부족
  • 해당 기업의 시스템적 중요성을 고려한 포괄적인 '기관 기반' 규제 필요
  • 금융 당국은 경쟁 당국 및 데이터 당국과 협력 필수
신뢰를 위한 금융의 미래 구조

글로벌 유동성과 보이지 않는 리스크 관리

디지털 시대의 신뢰는 국내 통화 질서뿐만 아니라 글로벌 차원에서도 유지되어야 합니다. 특히 비은행 금융기관(NBFI)과 외환 시장의 불투명성이 시스템 리스크의 원천으로 지목됩니다.

그림자 금융의 양성화:

  • 비미국인 투자자들의 달러 채권 투자는 FX 스왑과 같은 장외 파생상품을 통해 헤지
  • 이 시장은 매우 불투명하고 만기 불일치(Maturity Mismatch) 문제 내포
  • '숨겨진 부채'와 레버리지는 위기 시 글로벌 금융 시스템의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음
  • 규제 당국의 모니터링 강화와 중앙은행의 유동성 공급 장치를 통한 시장 신뢰 확보 필요

신뢰의 앵커로서 중앙은행:

시스템의 신뢰는 중앙은행의 역할에 달려 있습니다. 중앙은행이 일시적으로 자본 잠식을 겪더라도 국가의 재정적 뒷받침(Fiscal backing)이 있다면 통화 정책과 신뢰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디지털 화폐 시대에도 중앙은행과 정부의 역할이 축소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신뢰의 앵커로서 더욱 중요해집니다.

미래의 신뢰 인프라: 통합 원장 (Unified Ledger)

규제와 기술의 이상적인 결합 형태로 '통합 원장'이 제시됩니다. 이는 중앙은행 화폐(CBDC), 토큰화된 예금, 토큰화된 자산이 하나의 프로그래밍 가능한 플랫폼 위에서 거래되는 구조입니다.

  • 기술적으로 즉각적인 결제(Atomic Settlement) 보장
  • 거래 상대방 위험 제거
  • 시스템 자체에 대한 신뢰가 기술적으로 구현

핵심 시사점

디지털 금융 규제는 단순한 '단속'이 아니라, 기술 혁신 속에서도 '신뢰'라는 화폐의 본질을 지키기 위한 시스템 설계입니다.

  • 원칙: 화폐의 단일성을 위협하는 사설 화폐(스테이블코인) 대신 공공성 있는 인프라(CBDC, 통합 원장) 지향
  • 방법: 암호자산에는 데이터 기반의 '내재된 감독'을, 빅테크에는 '기관 기반 규제'를 적용하여 규제 사각지대 제거
  • 확장: 역외 달러 시장의 그림자 금융 리스크를 관리하여 글로벌 통화 질서의 신뢰 확보

결론

디지털 화폐 시대의 통화 질서는 "기술은 변해도 신뢰와 제도의 중요성은 변하지 않는다"는 대전제 위에, 투명한 데이터 활용과 중앙은행의 공적 역할을 결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한국은 이러한 글로벌 논의에 적극 참여하고, 디지털 금융 시대의 신뢰 인프라 구축을 선도해야 할 것입니다.

저자 소개 - BIS 신현송 통화경제국 국장

신현송 국제결제은행 통화경제국 국장은
전문분야 : 국제금융, 통화경제 분야, 디지털 금융
현재 BIS의 경제 업무를 총괄하며 통화경제국 국장을 역임 중
프린스턴 대학교 휴즈-로저스 경제학 석좌교수.
옥스퍼드 대학교, 런던 정치경제대학교(LSE) 근무.
BIS 혁신 허브 센터장 역임.